♣** ◈ 좋은글,시

돼지가 웃었다

꽃님이2 2017. 10. 9. 19:59




돼지가 웃었다

 

구재기

 

 

살아서는 하늘을 볼 수 없는

돼지는 하늘 한 번 보기가

평생소원이었는지라

목숨을 버려서야 목욕재계하고

온몸을 뉘인 채

비로소 하늘을 보았다

 

돼지는 입만 슬쩍 벌리고 헤헤헤 웃었다

 

살아생전 웃을 일 전혀 없었던

돼지는 몸통마저 버린 채

머리만으로 높은 상에 올라앉으니

사람들은 저승 갈 노자까지

입에 물려주며

두 손 모아 큰절을 하였다

 

돼지는 소리없이 크게 흐흐흐 웃어댔다

 

*돼지는 목이 땅을 향하고 있어 기껏 높이 들어봤자 45도밖에

  들 수 없기 때문에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없다고 한다. 그런

  돼지가 하늘을 볼 수 있을 때는 오직 넘어졌을 때라고 한다.

 

- 시와경계2017년 가을호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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